🧑🏻 "날 쏜 사람이 틀림없어요."

2023. 3. 16.

010 | 🧑🏻 "날 쏜 사람이 틀림없어요."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찾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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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감독 | 데이빗 핀처 DAVID FINCHER

2023. 03. 16.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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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 :

🧑🏻 "날 쏜 사람이 틀림없어요."

<조디악>(데이빗 핀처, 2007)

(스포일러 ⚠️)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한 인물에 대해 텍스트를 계속 접하다보면 그 인물을 이미 만나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이번 POV에서는 '<조디악>에서 드러나는 무체無體의 몽타주'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감독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은 처음부터 범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첫 범죄 씬은 늦은 저녁의 외진 곳에서 발생하며 손전등의 강한 빛으로 범인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듭니다. 두 번째 범죄 씬 또한, 밝은 낮에 발생하지만 범인은 어둡고 채도가 없는 검정 의상을 입고 나타납니다. 이렇듯 영화의 중반부까지 범인은 그 어떤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즉, 강한 명암 사용을 통해 범인의 모습을 빛과 어둠에 철저히 가려 무체無體화시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범인을 숨기려기보다는 드러내는데 집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범인을 어떻게 드러내려 하는가인데요. 그것은 관객이 직접 목격하지 않은 텍스트에 의해서입니다.

<조디악>은 범인의 정체에 대한 텍스트가 과도하게 넘칩니다. 오히려 텍스트가 너무 많은 탓에 직접 '본 것'은 거부당하기까지 합니다. 조디악이 지속적으로 보내는 편지 속 암호화된 텍스트를 푸는 과정이 범인을 잡는 과정이 되는 모습, "흑인 성인 남성"이라고 잘못 제보해 근처 공원에 앉아있던 또 경찰과 마주치기까지 했던 범인을 놓치게 되는 모습, 자신 혹은 자신의 지인이 조디악이라고 하는 쏟아지는 수많은 제보들, 수사관 데이빗 토스키가 범인을 만나 그가 범인이 확실하다고 여겨질만한 모든 정황을 발견하는데도 필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잡지 못하는 모습, 텍스트를 쓰는 폴 에이브리와 형태를 그리는 카투니스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가 범인을 다른 방식으로 집착하며 이끌어가는 모습 등이 예시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영화가 범인을 드러내는 방식이 보통의 다른 스릴러 영화처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묘사하는 수많은 텍스트들 속에서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는 마치 범인의 몽타주를 완성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수많은 텍스트로 완성된 범인의 모습이 사실은 오히려 범인의 모습을 오해하고 감추는 과정이며 우리가 본 범인의 모습은 실제 조디악이라기보다는 타인의 텍스트로 완성된 몽타주 같은 가짜 모습이었다는 것이죠.(영화 속에서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것도 정황이며 범인의 모습은 대부분 초점이 나가있다. 또한 이 영화가 제작되는 시점에도 실제 조디악 사건의 범인은 잡히지 않았으며 때문에 영화 속 조디악 범인의 모습 또한 수사의 정황으로 완성시킨 가상의 인물이다.)

우리가 '바다'를 생각해 본다 했을때, 대부분 공통적으로 깊고 푸른색의 넓은 바다를 생각하지만 각자 그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높은 파도를 서핑하는 사람들이 있는 바다의 모습을, 또 어떤 사람은 스킨 스쿠버를 할 때 볼 수 있는 바닷속의 산호들이 생각나는 등 말이죠. 즉,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시니피앙/시니피에 개념처럼 기호와 사물의 관계는 우연적인 결합에 의해 불과합니다. 감독 홍상수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 속 인물들이 민정을 자주 목격하지만 매번 다르고 낯선 민정으로 만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어떤 사물 혹은 인물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 본질을 오해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조디악> 범인의 모습에 대해 또 이 영화가 범인을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리고 이번 POV의 주제처럼 외적인 텍스트에 의해 본질을 오해하게 되는 영화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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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1) 조디악 사건은 영화 개봉 이후 재수사를 시작했다.

2) 살해 피해자들의 의상은 실제 증거를 통해 치밀하게 재현되었다.

3) 영화의 대본은 200페이지였다. 감독 데이빗 핀처는 이렇게 긴 대본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출연진들에게 대사를 좀 더 빨리 말해줄 것을 요청했다.

4) 제작자들은 실제 조디악 생존자 마이크 마고를 찾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했다.

5) 핀처는 영화가 최대한 정확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생존자나 목격자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묘사하지 않았다.

6) 배우 마크 러팔로는 자신이 연기하는 수사관 David Toschi를 만났을 때, 그가 모든 사건의 디테일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매우 감명받았다.

7) 핀처는 살인 현장과 가능한 비슷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1969년 이후 모습이 많이 변한 베리에사호에 헬기를 통해 나무들을 직접 옮겨 심었다.

8)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와 폴 에이브리는 실제로 친구가 아니었다.

9) 배우 제이크 질렌할의 손이 클로즈업 되는 숏에는 CG로 털을 넣었다. 핀처는 질렌할의 손이 "너무 털도 없고 이쁘다."라고 생각했다.

10) 핀처, 시나리오 작가 제임스 밴더빌트, 프로듀서 브래들리 J. 피셔는 18개월 동안 조디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그의 가족, 목격자, 용의자, 은퇴한 수사관, 생존자, 샌프란시스코와 발레이오 시장을 인터뷰했다.

11) 배우 더모트 멀로니는 핀처가 그의 캐릭터에 비해 너무 몸매가 좋다고 생각해 뚱뚱한 정장을 입혔다.

12) 조지 루카스가 고교생과 USC 대학생이었을 때, 조디악 킬러가 그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고 엠파이어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항상 Toschi가 그의 수사 방식에 대해 혹독한 심판을 받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스타워즈 타투인 행성에 SFPD 검사관을 기리기 위해 Toschi 역을 만들었다.

13) 핀처는 폴 에이브리 역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전에 브래드 피트를 원했다.

14) 감독 봉준호는 이 영화를 데이빗 핀처의 '마스터 피스'로 분류하며, "시네마토그래피, 아트 디렉션 그리고 액션까지 흠잡을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스포일러 ⚠️

15) 그레이스미스가 완성된 각본에 대해 한 유일한 코멘트는 "이제 제 아내가 왜 저와 이혼했는지 알겠어요."다.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 국내 개봉 일정

- 3. 22. 틸, 치논예 추쿠

🎬 79 🍅 96 🍿 97

- 3. 22.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

🎬 84 🍅 92 🍿 83

- 3. 22.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애나 릴리 아미푸르

🎬 69 🍅 74 🍿 62

🇺🇸 미국 개봉 일정

- 3. 17. Shazam! Fury of the Gods, David F. Sandberg

- 3. 17. Inside, Vasilis Katsoupis

*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OTT 공개/종료 예정

넷플릭스

종료 시동(18)

왓챠

공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15)

종료 아이, 토냐(22)

🗞️ 이주의 뉴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영국, 일본의 국가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있지만, 보통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하면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일컬어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인데요. 그 유명세만큼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열리는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각종 조합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이 아카데미 수상을 예측하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수상 결과를 알아볼게요. 전체 수상 리스트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2023년 주인공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전부터 많은 타 시상식의 수상을 한 <에에올>이 역시나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었네요. <에에올>은 기존의 유력했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이 외에도 여우조연상까지 받으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를 냈어요. 배우 양자경은 시상식 전 규정 위반 논란이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이번 수상으로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어요.

의외로 선방한 더 웨일 🐋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더 웨일>이 의외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와 <더 웨일>의 브렌든 프레이저, 두 배우가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최근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아지며 결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게 됐네요. 특히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엘비스>가 유력한 후보였던 분장까지 <더 웨일>이 예상치 못하게 수상했어요.

4개 부문 수상,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던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이번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어요. 특히 가장 유력하던 <파벨만스>, <바빌론>의 음악상 수상까지 거머쥐며 올해의 또 다른 주인공임을 증명했어요.

애니메이션은 시네마다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가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어요. 이번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는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만 있었는데요. 대부분 이미 OTT를 통해 공개된 영화들이니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감독 사라 폴리의 <위민 토킹>이 각색상을 수상했어요.

• 장편 다큐멘터리상에 저번 7호에서 소개한 <나발니>가 수상했어요.

촬영상은 <더 배트맨>이 받았어야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는, <더 배트맨>의 촬영이 최고였으며, 촬영감독 그레이그 프레이저가 아카데미 촬영상의 후보조차 못 오른 건 아카데미의 속물근성(Snobbery)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탑건: 매버릭>을 촬영한 클라우디오 미란다도 "외면당한 인재"라며 아카데미를 크게 비판했습니다.

<한 남자>, 일본 아카데미상 석권 🏆

이사카와 케이 감독의 <한 남자>가 일본 아카데미상(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녹음상, 편집상)을 휩쓸었습니다. 한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여우주연상(키시이 유키노)을,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는데요. 한편, <한 남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적이 있어요.

멈추지 않는 이란의 투쟁 ✊🏻

<3개의 얼굴들>(2021)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의 각본 팀이 나데르 사에이바르와 <The Witness>로 재회합니다. 한편, 사에이바르의 두 번째 장편 <노 엔드>(2022)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데뷔를 했는데요. 이란의 정부에 대한 저항은 앞으로도 계속 거세질 것 같아요.

쿠엔틴 타란티노의 마지막 영화 🥲

할리우드 리포터(THR)지에 따르면, 쿠엔틴 타란티노는 최근 <The Movie Critic> 가제의 영화평론가 폴린 카엘을 주인공을 한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해요. 이번 영화는 타란티노의 마지막 영화가 될 예정인데요. 한편, 타란티노는 자신의 책 'Cinema Speculation'를 홍보했었는데요. 8부작의 TV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해요.

🏊🏻 편집자의 디깅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편집자의 디깅은, 1931년 생 이탈리아 출신 감독 에르마노 올미(Ermanno Olmi)입니다. 올미는 1963년부터 1975년까지 연출한 영화들로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후기 네오리얼리즘의 선두주자로 인정받습니다. 1977년 <The Tree of Wooden Clogs>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1988년에는 <The Legend of the Holy Drinker>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까지 수상합니다.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올미는 비전문 배우와 자연스러운 세팅, 실제 지역에서 촬영, 사실적인 연기와 금욕적인 카메라 기교 등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대부분 노동을 통한 위엄을 주장하기 위해 근로자를 영화의 중심에 놓습니다. 한편, 올미는 2018년 5월, 86세 나이로 생애 강력한 영화 유산들을 남기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표작: <Il Posto>(1961), <The Tree of Wooden Clogs>(1978), <The Fiancés>(1963), <The Legend of the Holy Drinker>(1988)

✍🏻 구독자의 대화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독자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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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예 뒤 시네마 소식

•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올 더 뷰티 앤 더 블러드쉐드>가 4점을 받았어요. 감독의 그 어떤 주관적 해석이 개입되지 않고 사진작가 낸 골딘의 역설적인 포지션을 잘 보여줬다고 해요.

•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적 있는 감독 크리스토프 코녜의 <그들이 서 있던 곳에서>(2021)이 4점을 받았어요. 이 영화는 해당 평보다 문성경 프로그래머의 소개 글이 더 이해하기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이 영화의 목적은 과거의 고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현재화하는 것이다. <밤과 안개 Night and Fog>(1955), <쇼아 Shoah>(1985) 등으로 영화와 시선에 대해 배우며 자란 감독은 몰래 찍은 수용소의 사진을 통해 우리에게 시선의 방향을 바꾸길 제안하고, 홀로코스트 이야기의 자명성을 깨뜨리려 한다. 수용자들이 어떤 위치에서 그 순간을 기록했는가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어떤 위치에서 역사를 바라볼 것인가를 일깨운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를 겹쳐 놓으며 한 장소를 채우는 인간의 행위가 역사를 만드는 것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