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좋아하지만 인간은 용서할 수 없어."

2023. 4. 13.

014 | 🦌 "널 좋아하지만 인간은 용서할 수 없어."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찾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014

4월의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みやざきはやお

2023. 04. 13. 목요일

웹에서보기 | 구독하기

POV :

🦌 "널 좋아하지만 인간은 용서할 수 없어."

<모노노케 히메>(미야자키 하야오, 2003)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토리텔링 전략 중에서 여성성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성성(女性性)이란 사회적 성을 다루는 사회학 일부의 젠더 정체성인데요.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의 고전 스토리텔링과 다르게, 지브리 스튜디오는 남성의 도움 없이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없습니다. <추억은 방울방울>과 <벼랑 위의 포뇨>의 여성 주인공은 낭만성을 통해서 동심을 구현하고, <모노노케 히메>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여성 주인공들은 전투와 전쟁을 통해 자연 합일을 이루어내고자, 그리고 <마녀 배달부 키키>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여성 주인공은 모험의 과정을 거치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 산(원령공주)은 들개와 함께 숲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녀입니다. 산은 이기적인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을 저주하고 경멸합니다. 산은 인간과 협상과 합의를 원하지 않은 채 공격하며 자연의 신성한 세계에서 추방시키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습니다. 즉, 산은 투사적이고 전투적인 여성으로 형상화되고 있습니다.

“산은 파괴적 증오의 힘이 결부된 카오스적 자연, 동물과 인간의 중간적 존재로 다의성(남성적 폭력성)을 지니며 미분화된 카오스성까지도 포함하는 존재이다”(최보영 외, 2007: 73). 하지만 시시가미 신의 머리를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산은 인간과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가며, 아시타카와 함께 자연과 인간의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됩니다. 산은 위기를 모면한 후에도 여전히 인간을 증오하지만, 조력자였던 아시타카와의 관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지브리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표현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경고와 협조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지배적 위치에 있는 남성보다는 다양한 존재를 포용할 수 있는 존재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단순히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그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내고자 합니다.

지브리의 작품 속에서 문제 해결은 항상 여성 주인공의 결단에서 비롯되며, 이는 희생과 관용, 협력과 구원 등의 다양한 형태로 구현됩니다. 이야기의 초반부에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던 캐릭터는 스스로 위기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자신감을 얻고 자아의 성장을 경험하며 끝내 성공적인 자립을 이루어냅니다. 결국 지브리가 그리려는 이상향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해 나갈 뿐 아니라, 인간들의 관계에 있어서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세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POV에서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속 여성 캐릭터가 세계의 문제점을 어떻게 제시하며 또 해결하려 하는지, 과거의 디즈니와 지금의 디즈니가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젠더로서의 여성을 바라보는 미디어 시각의 옳은 방향성을 무엇일지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 문헌 |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여성성의 발현 양상 | 김종태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여성서사 분석 | 이혜린, 조혜정

✉️ POV 공유

👀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1) 하비 와인스타인은 <모노노케 히메>의 북미 배급권을 얻고 나서, 미야자키 햐아오에게 미국 관객에게 더 잘 맞는 짧은 버전의 영화를 제작해 줄 것을 고집했다. 한편, 미야자키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예산 대폭 삭감에 여전히 화나 있었고 회의장을 떠났다. 며칠 뒤,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는 "NO CUTS"라 적힌 카타나 검을 와인스타인의 사무실로 보냈다. 이후, 영화는 더 이상의 컷 편집 없이 개봉되었다.

2) 햐아오는 이 영화의 144,000개 셀 중 80,000개 이상을 직접 수정하거나 다시 그렸다.

3) 이 영화는 동화(動畵) 제작용의 투명한 셀룰로이드 시트에서 촬영된 마지막 메이저 영화다.

4) TIFF(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영어 더빙판이 상영될 때, 하야오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모노노케 히메>는, 내가 의도적으로 영화 제작 시 주로 사용되는 엔터테이닝 요소들을 모두 탈피하려고 한 작품이다.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2시간 13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긴 시간을 즐겨라."라고 설명했다.

5) 약 311억 1,400만 원에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발매 당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중 가장 비싼 제작비였다.

6) <모노노케 히메>는 <이티>(1984)를 제치고 1997년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다.

7) 에보시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어 입술이 보이는 지브리의 몇 안 되는 캐릭터 중 하나다.

8) 하비 와인스타인은 판권을 얻자마자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영어 각색 대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이를 거절했으며, 대신 닐 게이먼을 추천했다.

스포일러 ⚠️

9) 에보시와 산 사이의 싸움에 아시타카가 개입하자 에보시는 아시타카의 오른팔을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내뱉으며 "그 망할 팔, 내가 잘라내게 둬라"고 소리친다. 이후 에보시는 잘린 모로의 머리로부터 오른팔을 잃는다.

10) 시시가미가 죽은 뒤 나병 환자들의 병이 낫는다.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 국내 박스오피스 04. 03. ~ 04. 09.

1 스즈메의 문단속

2 리바운드

3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4 에어

5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미국 박스오피스 03. 31. ~ 04. 06.

1 The Super Mario Bros. Movie

2 Dungeons & Dragons: Honor Among Thieves

3 John Wick: Chapter 4

4 His Only Son

5 Scream VI

🇰🇷 국내 개봉 일정

4. 19. 옥수역귀신, 정용기

4. 19. 오디션, 미이케 다카시

🎬 70 🍅 83 🍿 80

4. 19. 렌필드, 크리스 맥케이

🎬 76 🍅 86 🍿 -

4. 19. 라이스보이 슬립스, 앤소니 심

🎬 - 🍅 94 🍿 -

🇺🇸 미국 개봉 일정

4. 19. Renfield

4. 19. Suzume

4. 19. Saules aveugles, femme endormie

*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OTT 공개/종료 예정

넷플릭스

공개 언브로큰(15),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18)

종료 왓치맨(14), 랜드(16), 씨받이, 경마장 가는 길(19), 남산의 부장들(20)

왓챠

공개 기술자들, 도심 속의 방, 쉘부르의 우산, 로슈포르의 숙녀들, 롤라, 사랑에 빠진 것처럼, 사운드 오브 메탈, 소원, 시라노;연애조각단,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째째한 로맨스, 파라노이드 파크,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낭트의 자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방랑자, 행복, 천주정(14)

종료 툴리, 메기, 벌새(14),

🗞️ 이주의 뉴스

It's-a-me! Mario! 🍄

지난주까지만 해도 <존 윅 4> vs <던전 앤 드래곤:도적들의 명예>가 치열하게 박스오피스를 경쟁하고 있었는데요. 지난 5일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어요. 2019년 <겨울왕국 2>의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훨씬 깨트리며,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스코어 신기록까지 세웠는데요. 미국 극장 체인 기업 주가와 닌텐도의 목표주가까지 상향시키며 얼마나 큰 인기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뉴욕의 평범한 배관공 마리오가 다른 세계의 빌런 쿠파에게 납치당한 루이지를 구하기 위해 슈퍼마리오로 레벨 업 하는 스토리인데요. 국내에서는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에요.

꿀에는 꿀, 피에는 피 🐝

지난 6일 개봉한 <곰돌이 푸: 피와 꿀>이 엄청난 혹평 세례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50배 흥행을 성공했어요. 이에 감독 리스 프레이크-워터필드는 피터팬이 웬디를 납치한다는 설정의 <피터팬의 네버랜드 나이트메어>와 밤비가 난폭하게 변해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 되는 설정의 <밤비: 더 레코닝>까지 기획 및 제작할 것을 밝혔어요.

마블과 DC의 합작...? 🤝🏻

최근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건은 자신이 DC의 총책임자이기 때문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DC 유니버스가 크로스오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몇 년 후의 일이라고 인터뷰했습니다. 제임스 건은 마블에서의 마지막 작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을 지원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다니고 있어요.

아키라 실사화 예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을 맡고 <토르: 라그나로크> 연출을 맡았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아키라> 실사 영화의 프로덕션 작업을 진행할 전망이에요.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의 실사화는 수많은 감독과 크리에이브팀이 참여했다가 나중에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등 많은 변동이 있었는데요. 2019년 위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이 이야기를 실사화한다고 발표한 뒤, 이번에는 꾸준히 구체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디 앨런 신작 소식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디 앨런의 50번째 영화 <Coup de Chance,>가 프랑스 배급사 Metropolitan FilmExport을 통해 배급될 예정이에요. 아직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 초청될 수 있다고 해요. 한편, 앨런은 미국에서 딸 딜런을 학대했다는 혐의 때문에 많은 배우의 지지를 잃고 있는데요. 앞으로 거물급 미국 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요.

• <지구 최후의 밤> 비간 감독의 데뷔작 <카일리 블루스>가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이에요.

• 제이슨 모모아 주연 <마인크래프트> 실사 영화가 2025년 4월 4일로 극장 개봉을 확정했어요.

•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인 밥 딜런 전기 영화 촬영을 8월부터 시작한다고 밝혔어요.

• 지난 4월 5일, <죠스>(1978)의 촬영을 맡았던 빌 버틀러 촬영 감독이 101세 나이로 사망했어요.

• 지난 4월 8일, <바톤 핑크>(1992)에서 잭 리프닉 역으로 나왔던 마이클 러너 배우가 81세 나이로 사망했어요.

🏊🏻 편집자의 디깅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편집자의 디깅은, 1989년 생 중국 🇨🇳 출신 감독 비간입니다. 그는 중국 전통 스토리텔링의 요소, 신현실주의, 누아르적 분위기를 혼합한 시적이고 몽환적인 영화 제작 스타일로 유명한데요. 비간의 영화는 주로 기억, 향수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주제에 대해 탐구합니다. 비간의 데뷔작 <카일리 블루스>(2015)는 미로 같은 도시와 그 주변 시골을 통해 한 남자를 따라가는 41분짜리 원테이크 시퀀스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는데요. 뉴욕 타임스의 2016 Top 10 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이후 두 번째 작품 <지구 최후의 밤>(2018)에서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에 초정 되기도 하며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개봉 직후 많은 많은 국내 시네필과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감독 중 한 명이 되었어요. 최근 비간 감독이 제작한 단편 <A Short Story>(무자막) 영상 링크와 비간 감독의 대한 기사를 몇개 올려둘게요. 잘 알지 못했던 감독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같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Lucid Dreams: A Conversation with Bi Gan 🔗

기묘하고 매혹적인 영화 ＜지구 최후의 밤＞리뷰 - 비간 감독과 배우 탕웨이 인터뷰 🔗

비간 감독의 <지구 최후의 밤>, <카일리 블루스>를 경유해 히치콕의 <현기증>을 읽다 🔗

대표작: <카일리 블루스>, <지구 최후의 밤>

✍🏻 구독자의 대화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독자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를 만드는 건 내가 아니다. 영화가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나는 선택권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는 어떠한 감각을 갖고 있기에 그의 길을 먼저 그려낼 수 있었을지 제가 감히 짚어낼 수가 없는 듯합니다. 제게 영화는 선택권을 쥐여 주는 자유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말처럼 어쩌면 제게도 영화가 스스로 찾아와 나를 선택해, 하는 문장을 던졌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내가 영화를 사랑한 것인지, 영화가 나를 사랑해 나에게 편안함과 다양한 시각을 선물해 준 것인지. 후자라면 제게도 영화가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문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XLIN

✉️ POV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