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옷깃을 셀 수도 없이 스쳤지만"

2023. 8. 10.

027 | 🪽 "우린 옷깃을 셀 수도 없이 스쳤지만"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알아가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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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감독 | 왕가위 Wong Kar-Wai

2023.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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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 :

🪽 "우린 옷깃을 셀 수도 없이 스쳤지만"

<타락천사>(Fallen Angels, 1995)

과장된 서사, 논리적이지 않은 내면 독백과 왜곡된 시공간의 특징으로 점철된 비-전통적이며 포스트모던적인 영화 <타락천사>는 현대인의 영원한 슬픔인 고독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을 제외하고 작품을 보면 두 쌍으로 이뤄진 남녀의 사랑에 대해 '기억', '망각', '유통기한', '만료' 등 1997년 홍콩의 반환을 연상시키는 대사들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빈번하게 나옵니다.

왕가위 감독은 <타락천사>에 대해 소개하기를 "우리가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찍고 있을 무렵 외국 기자들이 방문하면서 “97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죠. 나도 그 질문을 하려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게 영화 안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지만 모든 게 변할 경우를 대비해 저는 홍콩을 제가 아는 그대로 -모든 거리와 동네를 알았기에- 필름에 담고 싶었습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요. 그 이후의 작품 <해피 투게더>(1997)에서도 "제 영화는 전부 홍콩에 대한 겁니다. 설사 아르헨티나가 배경이나 해도 말이죠."라며 왕가위의 영화는 모두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과 관련이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타락천사>는 <중경삼림>처럼 두 쌍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중경삼림>에서 두 쌍의 이야기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는 것과는 달리 <타락천사>에서는 두 쌍의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첫 번째로 나오는 남녀는 황지명(킬러)과 에이전트입니다. "파트너 사이에는 사적인 감정이 없어야 한다.". 파트너의 전제조건은 존재의 동등함, 혹은 동등한 자격입니다. 맥도날드에서 만난 금발 여인이 황지명에게 화를 낸 이유도 그가 에이전트를 만난 후 변심해서라기보다는 "나를 갖고 놀았어"라는 대사에서 보이듯 자신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사에서는 '감정'의 문제를 들어 더 이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고 있으나, 작품의 첫 질문에 주의하면, 그 질문에 담긴 의문은 서로 동등한가를 묻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도와줘요.". 에이전트의 마지막 부탁은, 그녀가 설치한 함정이었습니다. 그녀가 지시한 장소에서 황지명은 총을 꺼내 들었으나 매복한 상대 조직에게 도리어 당하고 맙니다. 황지명이 망각을 강요한 또 다른 대상인 에이전트는 복수로써 망각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나오는 남녀는 하지무와 챨리입니다. 하지무는 실연을 당한 후 자신의 지난 행동이 무책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가게를 내 맘대로 열면 안 되는 거였음을 깨달은 것인데요. 그 후 그는 일본식 선술집에 취직해 건실하게 생활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영화감독이었던 선술집 주인이 일본에 있는 그의 가족과 캠코더로 녹화한 영상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보고, 자신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영상에 담습니다.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했다. 아버지가 만든 스테이크를 다신 먹을 수 없겠지만 그때 그 맛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다."

모리스 알박스에 의하면 역사와 기억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역사는 '집단 밖에, 집단 위에 위치'하면서 사회집단들의 현재적 문제 및 관심사와는 독립적으로 전개되는 것입니다. 즉 역사는 객관적으로 인지되며 증거에 의해 지지됩니다. 이에 반해 기억은 일반인들의 과거 표상 방식에 해당되고 전적으로 현재적 관심사를 반영하며, 현재적 경험과의 관련성이 희박해지면 기억도 희미해지거나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역사와 사건에 관한 기억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간극을 메우려는 움직임 중 하나가 기억 투쟁인데요. 하지무의 하버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에 담으려 했던 것은 이러한 기억 투쟁의 일환이었던 것이며, 이를 통해 유통기한 만 년짜리 감정의 기록을 남기려 했던 것입니다.

즉 왕가위가 '모든 게 변할 경우를 대비해' '아는 그대로' 담고 싶었던 홍콩의 모습은 겉으로 보이던 홍콩의 거리 모습뿐 아니라 당시 망각과 이별을 강요당하던 홍콩인들의 감정이었습니다. 첫 번째 쌍이 망각을 너무나도 쉬이 강요하는 일방과 망각을 결연히 거부하는 다른 일방의 차이를 삽입곡의 제목과 가사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었다면, 두 번째 쌍은 '감정'이라는 유통기한의 새로운 분야를 제기한 것처럼 말이죠.

결국 두 이야기에서 망각을 강요당한, 즉 버림받은 에이전트와 하지무는 우연히 한 식당에서 만나 잠시나마 함께합니다. "나는 그에게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오랜만에 오토바이를 탔고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가까이 있었다. 집까지 멀지 않아 곧 내려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무척 따뜻하다." 결국 <타락천사>는 작중 인물 하지무가 아버지를 비디오테이프에 담던 행위와 마찬가지로 영상으로 진행된 새로운 형태의 기억투쟁이었던 것입니다.

참고문헌 |

<墮落天使(Fallen Angels)> 연구 — 강요당하는 망각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를 중심으로 | 조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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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1) 내레이션을 통해서만 말을 하는 하지무는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고 말을 못 하게 됐다고 말하는데, <중경삼림>(1994)에 등장인물인 경찰 223도 파인애플 통조림의 유통기한에 집착한다. 이 두 인물은 모두 카네시로 타케시가 연기했으며, 또한 하지무는 수감번호가 223으로 <중경삼림>의 경찰 번호와 같다.

2) 모든 장면은 밤에 촬영되었다.

3) 이 영화는 원래 <중경삼림>의 세 번째 이야기가 될 예정이었지만, 왕가위는 이 이야기 없이도 영화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해 편집했다. 나중에 세 번째 이야기만 장편 영화로 확장시킨 것이 이 영화다.

4) 왕가위는 이 영화가 <중경삼림>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며 두 영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5) 햇빛과 밝은 낮 시간 대의 색감으로 가득한 <중경삼림> 촬영 후에, 왕가위는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과 네온, 밤 시간, 그런지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6) 왕가위와 크리스토퍼 동일은 전작 <중경삼림>과 구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광각 렌즈와 근접 촬영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7) 황지명이 펑키와 자주 방문하는 맥도날드는 <중경삼림>에서 경찰 663이 방문한 맥도날드 장소와 같다.

8) 이 영화의 표준 렌즈는 초광폭 6.8mm다.

9) 펑키가 착용한 금발 가발은 <중경삼림>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가발이다.

10) 하지무의 독백들은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들과 많이 겹친다.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 국내 박스오피스 7. 31. ~ 8. 6.

1 밀수

2 비공식작전

3 엘리멘탈

4 더 문

5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 81 🍅 96 🍿 94

🇺🇸 미국 박스오피스 7. 28. ~ 8. 3.

1 Barbie

🎬 80 🍅 88 🍿 84

2 Oppenheimer

🎬 88 🍅 93 🍿 91

3 Haunted Mansion

🎬 48 🍅 40 🍿 84

4 Sound of Freedom

🎬 43 🍅 69 🍿 99

5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Part One

🎬 81 🍅 96 🍿 94

*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국내 개봉 일정

8. 11. 하트 오브 스톤, 톰 하퍼

8. 15. 보호자, 정우성

8. 15.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8. 23.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나탈랴 메르쿨로바

8. 30. 조이 라이드, 아델 림

8. 30. 한 남자, 이시카와 케이

8. 30. 스파이 코드명 포춘, 가이 리치

(미정) 라모나, 안드레아 바그레이

🇺🇸 미국 개봉 일정

8. 10. Dragonkeeper, Salvador Simó

8. 11. The Last Voyage of the Demeter, André Øvredal

8. 11. Jules, Marc Turtletaub

8. 11. The Pod Generation, Sophie Barthes

8. 11. Medusa Deluxe, Thomas Hardiman

8. 18. Blue Beetle, Angel Mauel Soto

8. 18. Strays, Josh Greenbaum

8. 18. Haunting of the Queen Mary, Gary Shore

8. 30. Gran Turismo, Neill Blomkamp

8. 30. Retribution, Nimród Antal

8. 30. The Inventor, Jim Capobianco•Pierre-Luc Granjon

🔓 OTT 공개/종료 예정

넷플릭스

공개 하트 오브 스톤(11), 미션 임파서블 2((13), 포레스트 검프, 오만과 편견(15), 마이펫의 이중생활, 미이라, 미이라 2, 보스 베이비(16), 스크림(17), 마스크걸(18), 65(20), TAR 타르(22), 악마판사(23), 원피스(31)

웨이브

공개 국민사형투표(10), 스프린터, 미드나잇 선(11), 슬픔의 삼각형(25)

티빙

공개 잔혹한 인턴(11), 양들의 복수(27)

디즈니 플러스

공개 아소카(23)

크라이테리온 채널

공개 Dim Sum: A Little Bit of Heart(15), Bo Widerberg’s New Swedish Cinema(22), Drylongso(29)

영화 제목 뒤 괄호에 적힌 숫자가 날짜예요

🗞️ 이주의 뉴스

바비 박스오피스 10억달러 돌파 💅🏻

6일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바비>가 개봉 셋째 주 한 주간 북미에서 5,300만 달러, 그 외 세계 각국에서 7,400만 달러의 추가 흥행 수입을 올리며 총매출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누적 매출액만 4억 594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는데요. <바비>의 흥행 성공으로 그레타 거윅 감독은 여성 감독 최초로 10억 달러 클럽에 들게 되었습니다. 배우로도 활동했던 그레타 거윅은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7)이 골든글로브 시상싱에서 작품상을 받게 되었고, 두 번째 영화 <작은 아씨들>(2019)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 받아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레타 거윅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감독으로써 연봉 협상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한 바 있는데요. 미국 채용 플랫폼 잡바이트(Jobvite)의 과거 조사에 따르면 여성 구직자의 급여 협상률은 26%로 남성 구직자의 35%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한편 올해 공개된 영화 중 누적 수익 10억 달러를 넘긴 작품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바비> 뿐입니다.

킬리안 머피 "<오펜하이머>는 삭제 장면이 없다"

최근 Collider 지와 킬리언 머피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는 그의 영화 중 가장 긴 180분의 러닝 타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디렉터스 컷이나 삭제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홈 비디오로 출시될 때 영상이 더 길어질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이어 "대본이 곧 영화이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는 DVD 보너스 영상이 없습니다. 그는 영화를 어떻게 끝낼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스토리를 바꾸려고 대본을 만지작거리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영화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파라마운트, 라이언스게이트 실적 발표

7월 초부터 8월 중순은 2분기 어닝 시즌으로, 미국 대부분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는데요. 최근 CNBC에 따르면 7일 뉴욕 증시 정규장 거래 마감 후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분기 주당 순이익(EPS)은 조정 기준 0.10 달러로 예상치(74억 3,000만 달러)를 웃돌았는데요. 라이언스게이트 또한 <존 윅 4> 같은 흥행작으로 인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주의 부고 소식 😢

• <엑소시스트>(1973), <프렌치 커넥션>(1971) 등의 연출로 유명한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이 향년 87세 나이로 별세

• <브래이킹 배드>에서 헥터 살라만카 역으로 열연한 배우 마크 마골리스가 향년 83세 나이로 별세

• <포레스트 검프>,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등의 편집자로 유명한 Arthur Schmidt가 향년 86세 나이로 별세

🏊🏻 편집자의 디깅

예언자 | 자크 오디아르

그는 1952년 4월 30일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대표작 | <시스터스 브라더스>, <러스트 앤 본>, <파리, 13구>

• 범죄, 느와르 장르의 거친 영화를 주로 제작

• 시적이고 몽환적인 연출과 이민자와 교육 소재를 주로 씀

• 칸 영화제에서 <예언자>로 심사위원 대상, <디판>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

"<예언자>는 계속해서 인종들에 관해 명명하고(이를테면 특별하게 자막들), 암시를 걸며(반복적인 대사 안의 호명), 범주를 설정하고(무리지은 그룹들의 동선), 그런 다음 관계를 교정한다. 그러나 자크 오디아르는 정확하게 거기서 멈춘다. 그런 다음 갑자기 이들 사이의 관계의 방향을 장르 안으로 돌린다. 장르가 되어버린 인종적 긴장. 혹은 자크 오디아르는 감옥 안의 수많은 형법적인 범주들, 사법적 장치, 법률적 정보를 동원해서 인물들의 벽과 창살을 만들고 있지만 그 안에서 활동하는 인종적 기호들 사이의 차이를 해석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이때 자크 오디아르는 약간 우스꽝스러운 방법을 동원한다. 말 그대로 도식. 그런 다음 장르와 우화 사이에서 기묘하게 줄타기를 시작한다. 혹은 다큐멘터리처럼 연출된 이 영화의 외양은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악당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처럼 펼쳐진다. 말하자면 장르들의 세계. 도식과 약속들."

출처 및 참고 |

[전영객잔] 우리는 이미 예언 속에 살고 있다 | 정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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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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