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이게 내 최고의 모습이면?"

2023. 2. 9.

005 | 🐦 "만약 이게 내 최고의 모습이면?"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찾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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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09.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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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POV

🐦 "만약 이게 내 최고의 모습이면?"

<레이디 버드>(그레타 거윅, 2018)

"마치 페이지처럼, 나 자신을, 다가올 것을 예상치 못하면서, 지나가버린 것은 잊어가면서, 읽은 것을 귀퉁이에 적어가면서, 느꼈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읽어보고는 말한다. "이게 나였어?"". 페르난도 페소아의 말입니다. <레이디 버드>에서 "레이디 버드"란 이름은 크리스틴 맥피어슨이 스스로 자신에게 지어준 이름입니다. 영화는 극 중 크리스틴이 왜 "레이디 버드"란 이름을 지어줬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추측들이 있었지만, 그레타 거윅 감독은 "나도 그게 어디서 나왔는지 모른다."라고 대답합니다.

페소아 또한, 자신에게 이명을 부여한 작가입니다. 그는 그 이름들을 '가명(假名)'이 아니라 '이명(異名)'이라 부르는데요. 가명(pseudonym)은 제 정체를 감추고 제 목소리를 낼 때에 사용하나, 자기의 이름들은 저마다 다른 인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명(heteronym)이라 불러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페소아가 사용한 이명은 확인된 것만 해도 75개를 넘으며, 각각의 이름마다 구별되는 고유한 전기와 인격과 문체를 부여해 작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새크라멘토에 사는 크리스틴은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 부르지만, 뉴욕으로 간 크리스틴은 자신을 본명 그대로 부릅니다. 그 이유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뉴욕에 도착한 크리스틴은 엄마 마리온의 편지를 읽고 새크라멘토란 장소와 그 장소에서의 삶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느낍니다. 페소아가 자신을 끝없는 '낯선 사람'이라고 느끼고 제 자신을 여러 개의 인격으로 분화시켜 이명을 부여한 것처럼, 크리스틴 또한 다가올 것을 예상치 못하면서, 지나가버린 것은 잊어가면서, 읽은 것을 귀퉁이에 적어가면서, 느꼈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읽어보고는 "이게 나였어?"라고 느낀 건 아닐까요.

철학자 폴 리쾨르에 따르면, 자기는 존재하려는 욕망과 의지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는 동시에 행동을 통해 시간적으로 구조화되며, 텍스트가 새로운 뜻을 만들어 내듯이 텍스트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자기 삶의 뜻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합니다. 즉, 자기로서의 주체는 덩어리 같은, 직접 이해할 수 있는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존재, 자기의 말과 행동을 책임지는 주체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요.
"난 네가 언제나 가능한 최고의 모습이길 바라."라는 엄마 마리온의 말에, 레이디 버드는 "만약 이게 내 최고의 모습이면?"이라고 대답하는데요. 어쩌면 주체란, 자신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으면서 현재의 삶에서 자신의 최고의 모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연속되는 질문 속에 살아가는 끝없는 자기 해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월의 POV 주제는 '실존'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레이디 버드>로 예시를 들었지만, 자기 실존에 대한 감각이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주체성이란 성질을 우리는 어떻게 다양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레이디 버드> 말고도 다른 영화들과도 생각해 보며 같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 |

이야기, 삶, 주체 - 자기의 해석학을 위하여(김한식,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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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개봉 일정

- 2. 15. 피터 본 칸트, 프랑수아 오종

🧑🏻‍💻 62 🍅 76 🍿 60

- 2. 15.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페이튼 리드

- 2. 16. 스톰 보이, 숀 시트

🧑🏻‍💻 67 🍅 68 🍿 72

🇺🇸 미국 개봉 일정

- 2. 10. Magic Mike's Last Dance, Steven Soderbergh

- 2. 10. Huesera, Michelle Garza Cervera

- 2. 15. Marlowe, Neil Jordan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이주의 뉴스 Short

• <아바타: 물의 길>이 역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어요.

• 샤말란 감독의 신작 <똑똑똑> 오프닝 흥행 성적이 좋아요.

• 단편 <백룸>이 A24와 손잡고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에요.

• 밥 딜런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돼요.

• <글래디에이터> 시퀄이 2024년 개봉 예정이에요.

•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단식 투쟁 끝에 석방됐어요.

• '식인 의혹' 아미 해머가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 박스 오피스가 곧 제임스 카메론 필모

<아바타: 물의 길>이 <타이타닉>(1997) 흥행 기록을 넘어섰어요. <타이타닉>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서 오랫동안 전 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3위 기록을 지켜왔는데요. 이로써, 현재 전 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1위, 3위, 4위는 전부 제임스 카메론 작품이 올라가게 됩니다.

🚪 낰낰낰!

<아바타: 물의 길> 흥행이 점점 꺽이고 있어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똑똑똑>이 이번 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2위에도 <80 for Brady>(NFL 선수 톰 브래디 출연 영화)가 차지하면서 <아바타: 물의 길>은 곧 극장에서 내려올 준비를 할 것 같아요.

🕳️ 백룸 영화 제작 결정

작년 가장 인기 많았던 단편을 뽑으라 하면 단연코 <The Backrooms>(이하 <백룸>)입니다. <백룸>을 만든 감독 케인 파슨스(Kevin Parsons)는 05년생으로 올해 17살인데요. Blender(3D 컴퓨터 그래픽 제작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영상 제작과 영상에 삽입되는 사운드트랙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 한다고 해요.

최근 A24를 포함한 영화사들은 파슨스의 <백룸> 시리즈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에미상 후보 이력이 있는 로베르토 파티노가 각본과 제작을 맡고, 파슨스는 올해 여름방학 동안 감독을 맡을 예정이라고 해요.

🎵 밥 딜런 브로드웨이 뮤지컬 영화 제작 결정

밥 딜런의 노래가 담긴 브로드웨이 뮤지컬 <Girl from the North Country>가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에요. 제작은 Blueprint Pictures가, 연출과 각본은 감독 코너 맥퍼슨이 맡을 예정인데요. 현재까지 캐스팅으로는 클로에 베일리, 올리비아 콜맨, 우디 해럴슨, 토신 콜이 결정되었어요. 한편, 뮤지컬 <Girl from the North Country>은 대공항 시대에 삶의 전환점에 놓인 중서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후 티켓 판매율 부진을 겪으며 몇 달동안만 짧게 공연한 후 폐막했어요.

⚔️ <글래디에이터> 시퀄 개봉 날짜 발표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2000)의 시퀄이 2024년 11월 22일 개봉 예정이라고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발표했어요. 주인공으로는 폴 메스칼 배우(<애프터썬> 캘럼 역)가 협상 중이라고 하는데요. 만약 협상이 체결된다면 메스칼은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 루키우스 역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감독 자파르 파나히 석방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석방 결정이 임박하고 있다고 저번 호에서 알려드렸는데요. 이후, 자파르 파나히는 단식투쟁까지 하며 석방 결정을 기다렸어요. 이 소식을 듣고 걱정을 한 구독자가 많았는데요. 다행히 3일 자파르 파나히가 에빈 교도소에서 석방되었어요.

아미 해머 "13살 때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식인 페티시와 성폭행 의혹 논란에 휩싸여 이미지가 끝없이 추락한 배우 아미 해머가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아미 해머는 4일 에어메일과의 인터뷰에서 "13살 때 청년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난 그 상황에서 무력했다. 그 사건은 내 삶에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성적인 것을 가져왔다."며 "그 이후 난 성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어요. 2021년 아미 해머는 전 연인들에게 "난 식인종이다", "너의 피를 먹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 식인 페티시즘 논란 중심에 섰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얼 네임>(2017) 이후 큰 인기를 얻은 아미 해머는 2020년 볼륜 폭로를 시작으로, 여러 여성에게서 성폭행과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는 폭로 그리고 식인 논란까지 제기되며 모든 작품에서 하차하고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오피셜 아닌 가십 정리는 여기를 통해 볼 수 있어요.

👀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애프터썬>(2022, 샬롯 웰스)

1) 샬롯 웰스 감독은 프랭키 코리오를 캐스팅하기 전, 800명 넘는 소녀들을 오디션 봤습니다.

2) 샬롯 웰스의 인터뷰에 따르면 터키에서 2주 간의 리허설 기간 동안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와 대본을 두 번 읽었는데, 대본에는 의도적으로 칼럼의 우울증이 드러나는 혼자 있는 장면들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이러한 결정으로 코리오는 더 진짜 소피처럼 천진난만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혔습니다.

3) 이 영화는 샬롯 웰스가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보낸 휴가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4) 프랭크 코리오의 초기 오디션 과정은 오디션을 보기 전 코리오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담은 셀프 테이프로 진행되었습니다.

5) 아이스크림 장면에서 Candan Erçetin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이 곡은 2002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2002년~2003년 사이를 배경으로 해야 하며, 만약 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다면 이는 이 영화의 옥의티가 됩니다.

6) 폴 메스칼은 실제로 아일랜드인이기 때문에, 극에서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연기합니다.

7) 칼럼과 소피가 양탄자 가게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마시고 있는 음료는 터키 전통 홍차입니다.

(이때 칼럼이 구입한 양탄자는 현재의 소피의 아파트 씬에서 볼 수 있습니다.)

8) 폴 메스칼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와 프랭크 코리오는 부녀 관계를 묘사하는데 필요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촬영하기 2주 전부터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Spoiler) 9) 결말이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끝났지만, 영화 곳곳에는 칼럼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과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암시가 많이 나옵니다. 움직이는 버스에 바짝 붙어 배회하는 모습, 발코니 가장자리에 올라가 균형을 잡는 모습, 부주의하게 바다를 헤어치는 모습, 면허도 없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모습, 스스로 깁스를 제거하는 모습 그리고 물수건을 숨을 쉬는 모습 등이 그 예시입니다.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 편집자의 디깅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편집자의 디깅은, 체코 출신 감독 베라 히틸로바(Věra Chytilová)입니다. 60년대 체코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대표 감독 히틸로바는 문학•언어적 관습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시각 효과를 통해 영화 내면의 의미를 이끌어내는 독특한 영화 언어와 스타일을 구현했습니다. 히틸로바의 영화는 프랑스의 뉴웨이브와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풍자적이고 초현실적인 일상의 관찰을 통해 본인만의 영화 스타일을 구축했습니다. 히틸로바는 관객이 영화의 외향에 더 머물 수 있도록 시네마 베리테와 유사한 영화적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데이지>(1966)에서 이러한 시네마 베리테적 스타일 사용이 돋보이는데 이러한 기법들은 "심리학을 파괴하고 유머를 강조하는, 관객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철학적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히틸로바는 부르주아의 위선 의식, 폭력적인 가부장제, 개인을 소외시키는 자본주의 체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국내에서는 2020년 11월 서울아트시네마 '베라 히틸로바 회고전'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BFI에서 제작한 히틸로바 소개 영상입니다. <데이지>, <늑대 소굴>의 예고편도 같이 첨부해둘게요.

🗃️ 편집자의 알고리즘

AFTERSUN | Paul Mescal & Frankie Corio | Behind the Scenes | MUBI

✍🏻 구독자의 대화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한번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지난 뉴스레터 4호를 보고,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아서 하라리, 2021)가 떠올랐다는 구독자가 있었어요. 아래 글은 구독자의 말을 옮겨온 것입니다.

플롯 자체는 <캐스트 어웨이>(로버트 저메키스, 2000)가 연상되는데,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 놀랜드가 목적성 없이 섬에 던져지는 것이라면,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안고 던져지는 이야기라 뉘앙스도 다르고 분위기도 훨씬 어둡습니다. 국가적 칙명을 가지고 섬에 도착하는데 왜 "던져졌다"고 표현했냐면, 그 칙명 자체가 '섬을 방위하며 기다리라'는 매우 모호한 명령이었던 데다가 지휘관이 병사에게 강조한 행동 1원칙이 '자유 의지를 갖고 행동하라'여서 목적성이 매우 흐릿한 상태에서 인물이 행동을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게 실존주의 중에서도, 기독교적 실존주의를 연상시켜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본질(미션)을 스스로 규정하되 신의 피조물이란 전제하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중심 인물이 나름의 판단을 가지고 행동 하나 결국에는 국가적 이데올로기에 매여있는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완벽한 자유 의지를 발현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매우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이 결국 기독교적 실존주의에서 무신론적 실존주의로의 전환과 비슷한 이야기를 연상시킨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적/종교적 이데올로기의 틀 바깥에서 바라봄으로써 맞이하는 자유 의지의 새 국면을 진중한 호흡으로 다룬 것 같아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 다룬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사상을 촉발시킨 것 중 하나가 개인의 자유 의지를 국가나 시스템으로 억압하던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 상황이었단 것도 고려하면 흥미로운 유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빌뇌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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