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있어"

2024. 1. 21.

043 | 📷 "내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있어"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알아가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일요일 발송

043

1월의 감독 | 에드워드 양 Edward Yang

2024.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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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 :

📷 "내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있어"

<공포분자>(Terrorizers, 1986)

피사체가 쏜 화살을 맞은 사진작가 샤오창(小强)

영화 <공포분자>의 제목은 중국어로는 '恐怖份子', 영어로 번역하면 '테러리스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영문 부제는 'Terrorist'가 아닌 'Terrorizer(s)', 즉 폭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도처에 폭력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의 이야기.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그린 영화라고 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공포'를 키워드로 이 영화를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와 방향을 조금 달리하여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라고 하는 틀로 이야기를 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란 무엇인가요? 이미지란 인간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사물의 감각적 영상을 가리키며 주로 시각적인 것을 말하지만 시각 이외의 감각적 심상도 이미지라고 합니다. 장 보드리야르는 현실의 재현, 즉 '시뮬레이션'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원본이 없거나 리얼리티를 상실한 현실의 모델"이라는 의미의 '하이퍼리얼'까지 제시한 바 있지만, 그렇다 해도 모방이란 결국 현실, 혹은 실제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본문에서는 이미지를 꿈이나 이상, 허구나 서사, 혹은 시뮬라크르나 스펙터클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그리고 현실과 대립적인 각도에서 사용할 것입니다.

사진작가를 꿈꾸고 있는 샤오창(小强)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시내 곳곳을 다니며 타이베이의 거리 풍경이나 사람들 모습을 찍습니다. 어느 날 아침 주택가에서 총격전을 목격한 샤오창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범행 현장에서 도망치다가 부상당한 혼혈 소녀를 병원에 데려다줍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현상하던 샤오창은 우연히 카메라에 담긴 그날 그 혼혈 소녀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샤오창의 혼혈 소녀에 대한 감정은 그녀의 얼굴만을 크게 확대한 대형 클로즈업 사진으로 통해서도 나타납니다. 경찰이 쫓아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얼굴만을 클로즈업한 사진입니다. 샤오창은 혼혈 소녀 일당이 입주해 있던 방을 세내어, 그곳을 암실로 개조하고 벽에 소녀의 대형 사진을 붙여둡니다. 샤오창은 왜 이토록 혼혈 소녀에게 빠진 것일까요? 이 상황을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저서 '밝은 방: 사진에 관한 노트' 푼크툼 개념을 통해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 앞에서 느끼는 대립적인 두 감정을, 일반적인 흥미의 감정을 지칭하는 '스투디움(studium)'과 외상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지칭하는 '푼크툼(punctum)'으로 나뉘었습니다. 롤랑바르트는 사진을 보는 자의 입장에서 스투디움과 푼크툼을 설명합니다. 스투디움의 경우, 보는 자인 나의 눈이 사진에서 그것을 찾으러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푼크툼은 나의 의식이 사진에서 그것을 찾으러 나선 것이 아니라, 사진 속의 그 요소가 마치 화살처럼 출발해 나를 관통하는 것입니다. 푼크툼은 라틴어로 찔린 자국, 작은 구멍, 작은 얼룩 등을 의미합니다. 푼크툼은 사진 내부에서 그 사진을 보는 주체인 나를 찌르는 어느 것을 말합니다.

푼크툼은 주관적 요소가 강한 것이어서, 경찰의 추적을 주시하고 있는 혼혈 소녀의 눈빛이 샤오창을 사로잡았지만,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찍은 사진에는 소녀의 얼굴 옆에 박스 등이 쌓여 있었으나, 샤오창의 암실에 걸린 사진에는 그 배경이 사라져 있습니다. 이른바 탈맥락화(decontextualization)인 것인데요. 샤오창은 애초 사진의 배경이 되는 범죄 사건, 경찰 추적, 도망 등의 맥락을 지워버리고 피사체를 객체화했고, 이로써 사진을 장악하고 점유하게 된 것입니다.

샤오창이 혼혈 소녀 일당의 방을 세내어 그곳을 암실로 개조한 것 역시 그 공간을 바깥 세계와 격리시킨 것으로, 이 또한 탈맥락화(脫脈絡化)로 볼 수 있습니다. 햇빛이 차단되어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는 그곳은 어찌 보면 일종의 제단 같은 느낌마저 드는데, 외부세계로부터 차단시킴으로써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혼숙하려던 남성을 칼로 찌르고 호텔을 빠져나와 시내를 전진하던 혼혈 소녀는 자신이 예전에 머물던 아파트를 찾아갔다가, 벽에 걸린 자기 자신을 보고 기절하고 맙니다. 성공만을 쫓던 저우위펀이나 리리중에게 있어서의 그 허상적 이미지와 문맥이 다르기는 하지만, 샤오창의 암실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 역시 이미지와 현실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현실의 압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후 바람이 불어오자 벽에 걸린 소녀의 모자이크 사진이 한 장씩 흔들리는데요. 이 장면과 관련하여 철학자 프레드릭 제임슨이 남긴 의견이 있습니다.

"여기서 그 바람, 안토니오니의 영화 속 공원의 그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은 그 초상의 파편들을 오직 부드럽게 날리고 펄럭이게 한다. 여기서 사진의 위상은 *시뮬라크르와 동등해지고 현실보다 더 재미있어지며,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냥 킬링타임 그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다"

여기서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1966)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져야 할 것입니다. <욕망>의 주인공은 사진작가입니다. 어느 날 공원에서 데이트하는 남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그의 스튜디오에 돌아와 사진을 인화한 후 사진에서 이상한 흔적 같은 것을 발견합니다. 그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을 크게 확대한 그는 공원의 숲 속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권총으로 그 남녀를 노리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곧바로 다시 공원을 찾은 사진작가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남성을 발견합니다. 결국 사진 속에서 본 남자는 살해된 것입니다. 자기 카메라에 찍힌 사람이 피살되었다는 생각에 충격에 빠진 사진작가는 빨리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신고하지 못했고, 그다음에 다시 그 현장에 가보았지만, 이번에는 시체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감쪽같이 시체가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사진작가는 자기가 그날 무엇을 봤던 것일까 하는 회의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카메라는 공원의 큰 나뭇가지를 비추고, 바람이 불어오면서 나뭇잎이 흔들립니다. 이는 자기 성찰과 깨달음의 바람이며, 제임슨은 <욕망>의 공원에서 불어오던 그 바람과 <공포분자>의 소년 사진에 불어오는 이 바람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샤오창이 사랑하고 숭배했던 그 대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그냥 이미지에 불과한 것입니다. 인화된 사진 조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는 깨달음을 '바람'이 영화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화면이 바뀌고 샤오창은 자기 집의 수영장에서 멋지게 다이빙을 합니다. 이미지의 마법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위펀이 출판사 편집장에게 "내가 가진 걸 다 써버린 느낌이야. 내가 살아온 30년이 이렇게 고갈되다니. 이제 나는 부부들 얘기 밖에 쓸 게 없어. 다른 건 생각이 안 나"라고 했던 말이나, 나중에 오해를 풀기 위해 자기를 찾아온 리리중을 보고 "소설은 소설일 뿐이야. 허구와 현실이 구분이 안돼?"라고 물었던 것은 모두 감독이 자신에게 던졌던 말이기도 합니다. 일의 성격상 허구를 다룰 수밖에 없는 영화제작이라는 작업에서 에드워드 양은 늘 예술적 프레임을 뛰어넘는, 혹은 언어적 프레임을 뛰어넘는 '진실'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에드워드 양의 <공포분자>에서 현대인들의 불안이 어떻게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로 표현되는지에 대해 분석한 논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에드워드 양의 이러한 영화적 표현은 숭고함이 사라져 버린 포스트모던 사회에 대한 풍경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님은 <공포분자>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님 만의 시선을 포인트 오브 뷰에 남겨주세요.

참고문헌 |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 - 에드워드 양, <공포분자> 세독 |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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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박스오피스

1 외계+인 2부, 최동훈

🚦 76 🎬 - 🍅 - 🍿 -

2 위시, 크리스 벅

🚦 49 🎬 47 🍅 48 🍿 81

3 서울의 봄, 김성수

🚦 98 🎬 - 🍅 - 🍿 -

4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 81 🎬 - 🍅 - 🍿 -

4 인투 더 월드

🚦 95 🎬 56 🍅 73 🍿 87

🇺🇸 미국 박스오피스

1 Mean Girls

🎬 58 🍅 70 🍿 66

2 The Beekeeper

🎬 55 🍅 68 🍿 93

3 Anyone But You

🎬 52 🍅 51 🍿 87

4 Wonka

🎬 66 🍅 83 🍿 91

5 Migration

🎬 56 🍅 73 🍿 87

24. 01. 19. 기준

* 🚦 신호등 평점 지수(키노라이츠)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국내 개봉 일정

1. 24. 도그맨, 레트리뷰션, 세기말의 사랑, 시민덕희, 일 부코, 클럽 제로

1. 31. 두 세계 사이에서,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웡카, 추락의 해부

🇺🇸 미국 개봉 일정

1. 25. Fighter

1. 26. Miller's Girl, Sometimes I Think About Dying

굵은 글씨의 제목은 편집자의 추천 작품

🔓 OTT 공개 예정

넷플릭스

공개 캐스트 어웨이,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22),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3), 라스트 미션(24), 시드니 화이트(31)

종료 월드워 Z, 클루리스(31)

티빙

종료 어벤저(23), 에너미(26), 머더, 버터플라이(27), 탑건: 매버릭(31)

웨이브

종료 에너미(26)

쿠팡 플레이

공개 모가디슈, 인생은 아름다워, 지금 만나러 갑니다, 말모이, 자백(24)

종료 로마 위드 러브(28)

크라이테리온 채널

공개 Chantal Akerman Masterpieces, 1968–1978(23), Mudbound(30), Trainspotting(30)

영화 제목 뒤 괄호에 적힌 숫자가 날짜예요

🗞️ 이 주의 뉴스

🍿 박스오피스

'1월의 침울'을 겪고 있는 박스 오피스 😧

지난 19일(현지시간) 개봉한 우주 스릴러 <I.S.S.>는 시사회 및 개봉 첫날 120만 달러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330만 달러 예상치보다 훨씬 밑도는 성적인데요. 초기 관객들의 반응도 좋지 않으며 Cinema Score은 "C-"등급을 받고, 로튼 토마토 62%로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뮤지컬 영화로 새롭게 돌아온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여전히 박스 오피스의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금요일에 32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요. 주말에 추가적으로 1,1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총 4,900만 달러 이상 흥행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제작•캐스팅

조니뎁, 알 파치노와 Modi 촬영 시작

1997년 <The Brave> 이후로 조니 뎁이 처음 감독한 작품 <Modi>의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Modi>는 이탈리아 예술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삶을 따라 48시간 동안 벌어지는 열광적인 사건들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2022년 앰버 허드에 대한 법적 승리 이후의 첫 주요 프로젝트인 만큼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라이언스게이트와 협력 확대

현존하는 할리우드 감독 중 가장 액션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 중 하나인 채드 스타헬스키가 라이언스게이트와의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언스게이트의 발표에 따르면 채드 스타헬스키는 기존에 하던 <존 윅> 시리즈뿐만 아니라, 헨리 카빌이 출연하는 <하이랜더> 리부트를 영화 및 TV 매체 모두에서 감독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킬리언 머피 신작,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선정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어 최근 많은 상을 받고 있는 킬리언 머피가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 <Small Things Like These>가 올해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한편 <Small Things Like These>는 <말없는 소녀>의 원작자인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애슐리 박, 패혈증으로 병원에서 회복 중

<에밀리, 파리에 가다>, <성난 사람들> 그리고 최근 개봉한 <퀸카로 살아남는 법>(2024)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애슐리 박이 12월 휴가 중 발생한 편도염이 중대한 패혈증으로 전개되어 2024년 초부터 몇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편집자의 디깅

자객 섭은낭 | 허우 샤오시엔

그는 1947년 4월 8일 대만🇹🇼에서 태어났다

대표작 | <밀레니엄 맘보>(2001), <카페 뤼미에르>(2003)

허우샤오시엔 영화에서 카메라는 인물들과 거리를 두고 인물들을 세세히 지켜본다. 그 지켜봄의 과정은 냉정한 거리 두기가 아니라 실은 인물들이 존재하는 공간의 공기마저도 풍부하게 껴안으려고 하는 대단한 인정미의 소산이라는 걸 이 영화, <자객 섭은낭>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 죽여야 하는 적이 소중히 여기는 것, 이를테면 적의 아이나 여인에 대해 섭은낭이 느꼈던 감정은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지만 촛불 하나의 흔들림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공감각적 차원으로 화면에 새겨놓은 감독의 묘사 공력 덕분에 우리는 빙 둘러 섭은낭의 마음에 살짝 도달하는 것이다. 허우샤오시엔은 시인의 마음으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고 그건 종래의 서사 형태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 영화가 요란하지만 왜소한 감각의 전달매체가 되어가는 시대에 이 영화는 풍부한 공감각적 묘사의 깊이에 관한 드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출처 |

[김영진의 영화비평] 섬세한 묘사의 미학 | 김영진 🔗

👍🏼 편집자의 NETFLIX 큐레이션

성난 사람들 | 이성진, 히카리, 제이크 슈레이어

오늘 님에게 소개할 넷플릭스 콘텐츠는 최근 골든글로브, 에미상 시상식 같은 각종 유명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기상을 휩쓸고 있는 시리즈 <성난 사람들>입니다. 국내에서는 <버닝>(2018), <미나리>(2020)로 얼굴을 알린 스티븐 연이 출연한 작품인데요.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은 이 작품으로 수많은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그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미래가 안 보이는 재미교포 수리공 대니(스티븐 연)와 베트남-중국계 미국인 에이미(앨리 웡)과 시비가 걸리며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를 담고 있는데요. 이번 주는 이 둘의 피 말리는 복수를 같이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

복수는 날 것이 제 맛!

Tanay ★★★★

다른 삶에서 나는 너와 도로에서의 분노에 휘말리는 것을 정말로 즐겼을 것 같아.

출처: Letterboxd

다빵씨 ★★★★★

와, 최고다. 친구를 만드는 가장 어려운 방법을 알려주는 데이미. 후반부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해진다. 모든 것이 희미해지더라도 다시 시작할 기회는 있다.

로니 ★★★★★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 스토리 전개가 박진감이 넘치고 한국 살면서 궁금했던 미국에 거주하는 동양인 또, 한국 교포들의 상류층, 하류층 삶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블랙코미디인데 개그가 세련됐고 연출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 갈수록 스토리가 점입가경인데 클리셰는 하나도 없다.

출처: 키노라이츠

✍🏻 구독자의 대화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나의 올드 오크 | 켄 로치

뭉칠 때 저열해지고 흩어지면 위안이 되는 세태 속에서, 이미지가 결집하여 이뤄내는 영화라는 매체의 유효함을 회생시키다. 야라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받은 카메라로 계속 사진을 찍는 이유가, 끔찍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 세상임에도 사진을 통해서 본다면 거기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라를 포함한 시리아 난민들을 향한 주민들의 거친 언행들을 오프닝에서 일련의 사진들로 포착하여 보여주었던 것도, 어쩌면 냉혹한 현실을 희망적인 이미지로 치환하고자 하는 야라의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TJ가 펍 뒷방에서 야라에게 보여주는 사진들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TJ의 외삼촌의 사진들은 광산폐쇄를 둘러싼 피 말리는 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 이미지들에서 강조되는 것은 희망과 연대의 고귀함이다. 이렇듯 극 초반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에서는 주로 희망적인 이미지가 강조되지만, 반면에 영상매체는 배척과 갈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결부되어 나타난다. 그 예로 난민 남자아이를 또래들이 집단 린치한 사건도 영상의 형태로 표현되며, 그 같은 아이가 고국 시리아의 참상에 대해 접하는 것도 영상을 통해서다. 사진과 영상이란 두 매체가 풍기는 이러한 대조적인 인상을 두고 보았을 때, 왜 야라가 현실이 아닌 사진을 통해서만 희망을 느낀다고 말하였는지도 헤아려진다.

사진이 결집하여 만들어지는 영상이 창출하는 것이라고는 비극적인 서사뿐이기에, 개별자들끼리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이 갈등과 반목만을 낳기에, TJ와 야라는 더 이상 현실(영상)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장면도, 사진의 형태(TJ 외삼촌의 사진들, 야라의 아버지의 사진)만을 경유하여 이뤄진다. 그렇지만 TJ와 야라가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에 다다르는 것처럼, 함께가 되는 것은 마냥 절망으로 점철되는 과정만은 아닐 것이다. TJ가 야라의 사진기를 고치는 걸 도와줄 때, 마라를 잃은 TJ의 슬픔을 애도하고자 야라가 찾아올 때, 그들은 연대함으로써 희망적인 서사를 주도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던 셈이 되며, 그것은 어느새 누적되어 그들이 그토록 기대를 저버렸던 영화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유의미한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TJ가 마라를 잃고 야라에게 자신의 이전 자살시도를 고백할 때에, 그 이야기는 이전과는 다르게 사진이 아닌 영화의 형태로서 구현된다. 어쩌면 그들의 누적된 유대가 영화에 대한 기대, 함께하는 것에 대한 희망을 재점화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을까? 연대의 가치를 회복하게 된 TJ와 야라는 이내 마을구성원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TJ에 의해 반목의 공간이었던 올드 오크는 여럿을 위한 화합의 공간으로 대체되고, 야라는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쇼의 형태로 만듦으로써 현실을 치환한 사진들을 다시금 영화의 형태에 가깝게 복원하려는 듯한 시도를 내비치기도 한다.

이 모든 결실들은 연대와 결집의 가치에 대한 그들의 재긍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들이 이어 붙이는 순간들의 누적으로 축조되는 현실(영화)은 순조롭게 희망을 향해 전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 번의 희망은 그들의 이야기를 지탱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다. 외부의 방해공작에 의해 그들이 연대할 수 있는 보금자리는 망가지고, 반목을 추동하는 세력에 의해 야라는 아버지를 잃게 되면서, 연대를 통해 희망을 생산할 수 있으리란 TJ와 야라의 기대는 다시금 배반당한다. 어쩌면 야라가 자신의 아버지의 생사를 두고 말한 것처럼 오히려 희망이 모든 것을 잔인하게 만들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몇 번의 희망적인 사건이 연료가 되어 TJ와 야라의 서사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들이 완주해야 되는 현실이라는 영화는 너무나도 지난할 정도로 길게만 느껴지기에, 그 여로에서 그들이 끊임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장벽들은 더욱 큰 절망으로 다가오기 일쑤인 것이다.

결국 TJ와 야라를 둘러싼 일련의 시련들은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몇 번의 희망이 더 많은 비극에 의해 압도될 때에도, 계속 연대의 가치를 부르짖는 것은 유효할 것인가. 여기까지 봐온 우리들이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영화는 꿋꿋이 프레임들을 이어 붙여가며 지속됨으로써 그 대답을 가능케 하는 라스트 씬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결집할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렸음에도 기어코 길거리에서 연대하는 이들의 광경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회생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영화에 관한 비슷한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지의 이어 붙음이 비극적인 서사로 귀결될 수 있음에도, 끝에 가서는 영화는 희망을 담는 매체로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켄 로치 감독의 은퇴작이 되리라는 소문이 자자하면서도, <영국 동북부 3부작> 중에서 마지막을 점유하는 이 영화가 그들 중 가장 희망적인 엔딩으로 완결된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그 답을 예감할 수 있다. | 빌뇌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