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다시 시작하자"

2023. 7. 12.

025 | 🌫️ "우리 다시 시작하자"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찾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025

7월의 감독 | 왕가위 Wong Kar-Wai

2023.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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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 :

🌫️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1997)

"여전히 그날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그가 답답하다며 차라리 지금 헤어지고 인연이 닿으면 그때 다시 시작하자고 한 것뿐이다. 그 '다시 시작하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해피 투게더>의 첫 씬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입니다. 그리고 이 숏 뒤에는 끝없이 물줄기가 쏟아지는 이과수 폭포가 나옵니다. 이과수 폭포 숏은 마치 폭포가 추락한 곳의 주변을 긴 호흡으로 돌며 느리게 서성이는 것처럼 촬영되었는데요. 영원히 추락할 것 같은 폭포는 위로 튕겨져 오르는 물방울이 만들어 내는 안개와 함께 하강과 상승의 이미지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보영(장국영)과 여요휘(양조위), 그들은 헤어지며 만나기를 영원히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피 투게더>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며 홍콩에서 계속 영화를 찍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한 왕가위가 아르헨티나에 가서 찍은 영화입니다. 왕가위는 아르헨티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하나는 마누엘 푸익의 소설 <하트 브레이크 탱고>를 좋아해서이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많은 홍콩인들이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의 삶을 크게 걱정했고, 또 불안해했다."며 "홍콩에서 가능한 한 최고로 멀리 떠나 세상의 반대편에서 '모국(영국)으로의 수용을 기대했지만 거절당하는 이야기, 거부된 관계에 대한 영화'에 대해 찍고 싶기 위해서."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자신들의 관계 회복이 더 이상 어렵게 되자 '다시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로 떠나 이별과 만남을 동시에 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하강과 상승이란 정반대의 성질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과수 폭포와 닮아있습니다.

여요휘는 말합니다. "거꾸로 보는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홍콩과 아르헨티나는 정반대 편에 위치해 있지만 그 어떤 좌표 축에서는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가장 먼 곳에 있지만 같은 위치의 두 나라. 영화는 거꾸로 본 홍콩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다음 숏에 생명의 죽음과 상품의 생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도살장에서 정체성이 사라진 국가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여요휘의 모습을 보여주죠. 이렇듯 영화는 하나의 성질의 발생과 그에 반(反) 하는 성질이 같이 발생하는 숏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양립할 수 없는 관계성을 역설하는데요. 마침내의 이별을 암시하는 것 같은 여요휘의 집에 가 이과수 폭포 조명을 보며 우는 하보영의 숏과 이과수 폭포를 그대로 맞는 여요휘의 숏의 뒤에는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듯 긴 이과수 폭포의 숏을 보여주며 이러한 모순된 관계성(장과 여요휘의 관계처럼)이 계속 반복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왕가위는 이렇게 같은 공간에 있었으면서도 서로 어긋나고 헤어지며 다시 만날 수 없는 관계를 자주 등장시킵니다. 지난 호에서 다뤘던 <화양연화>를 포함한 <중경삼림>, <타락천사>, <아비정전> 모두 같은 공간을 계속 낯설게 하며 다른 시간대의 존재를 동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해피 투게더>를 보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에 개봉한 이 영화가 그 시대의 불안한 정서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또 왕가위는 왜 이렇게 이뤄질 수 없는 관계를 계속 등장시키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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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1) 장첸의 스토리라인은 완전히 즉흥적이다. 왕가위는 우연히 'China Central'이라는 레스토랑을 발견했고, 장국영이 콘서트 투어로 인해 자리를 비운 것을 계기로 촬영해보기로 결정했다. 장의 플롯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 양조위는 가짜 대본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찍는 것에 동의했다. 그는 촬영을 위해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후에야 동성애자 섹스 장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이양되고 나서, 홍콩에서 영화를 계속 촬영하기 어려울 것을 우려한 왕가위는 해외에서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 그는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조건으로 스페인으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에 대한 호감 때문에 아르헨티나를 선택했다.

4) 중국어 제목은 "친밀한 것을 엿보는 것"을 암시하는 관용구였다. 직역하면 "언뜻 봄빛"이다.

5) 오프닝 장면에서 여권에 찍힌 날짜는 왕가위 초기 영화 <중경삼림>(1994)에 나오는 파인애플 통조림의 유통기한과 대략 일치한다.

6) 양조위는 자신의 캐릭터가 복싱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왕가위 감독은 양조위에게 복싱 레슨을 받게 하고 이후 파이널 컷에는 없는 격투 장면을 촬영했다. 왕가위는 양조위가 복싱에서 얻은 에너지 때문에 더 연기력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7) 왕가위의 다른 영화들보다 제작 기간이 훨씬 길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계속 이것저것 바꾸며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확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대본 없이 촬영이 시작되었고 촬영 중에 줄거리가 광범위하게 변경되었다.

8) Film Stock은 영화 제작자들이 원하는 전체적 모습을 얻기 위해 포스 프로덕션에서 여러번 복제해 영상의 그레인과 대비를 높혔다.

9) 두 주인공의 이름은 영화의 카메라 조수인 하보영(Po Wong Ho)과 여요휘(Yiu-Fai Lai)다.

10) 이 영화의 전체 캐릭터와 하위 플롯이 제거되기 전인 첫 컷은 대략 3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11) 이 영화의 제목 <해피 투게더>는 터틀즈의 1967년 노래에서 따왔다. 대니 정이 부른 커버 버번이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재생된다.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 국내 박스오피스 7. 3. ~ 7. 9.

1 엘리멘탈

🎬 58 🍅 74 🍿 93

2 범죄도시3

3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 58 🍅 69 🍿 88

4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86 🍅 96 🍿 94

5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 82 🍅 98 🍿 -

🇺🇸 미국 박스오피스 6. 30. ~ 7. 6.

1 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

🎬 58 🍅 69 🍿 88

2 Elemental

🎬 58 🍅 76 🍿 92

3 Sound of Freedom

🎬 60 🍅 76 🍿 99

4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 86 🍅 96 🍿 94

5 No Hard Feelings

🎬 59 🍅 70 🍿 87

*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국내 개봉 일정

7. 19. 바비, 그레타 거윅

7. 19. 더 썬, 플로리앙 젤러

7. 19. 러브 라이프, 후카다 코지

7. 25.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 커크 드 미코

7. 26. 붉은 사막,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7. 26. 비닐하우스, 이솔희

7. 27. 밀수, 류승완

7. (미정) 라모나

🇺🇸 미국 개봉 일정

7. 14. Theater Camp

7. 14. The Miracle Club

7. 21. Barbie

7. 21. Cobweb

7. 21. Oppenheimer

7. 28. Talk to Me

7. 28. Haunted Mansion

🔒 OTT 공개/종료 예정

넷플릭스

공개 문에이지 데이드림(13), 터미널(15), 흔적 없는 삶(19), 다음 소희(20), 옥수역귀신(20), 메간(22), 드림(26), 위쳐 시즌 3 파트 2(27), D.P. 시즌 2(28), 오토라는 남자(29)

종료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7),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18), 스타 이즈 본(19), 어카운턴트(21), 애나벨, 샬롯의 거미줄, 레이버 데이, 영웅본색, 콜래트럴, 클로버필드 10번지, 타운, 범블비, 친구와 연인사이(31)

티빙

공개 오디션(14), 옥수역 귀신, 피기(20)

왓챠

종료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11), 용의자 X의 헌신(13)

디즈니 플러스

공개 더 베어 시즌 2

크라이테리온 채널

공개 After Hours, The Watermelon Woman(11), Breathless(18), The Ranown Westerns: Five Films Directed by Budd Boetticher(18), One False Move(15)

영화 제목 뒤 괄호에 적힌 숫자가 날짜예요

🗞️ 이주의 뉴스

조금만 팔아도 이득 😊

제임스 완 감독 연출의 시작으로 역대 제작비 대비 수익 1위를 차지했던 <인시디어스>(2010)의 시리즈 신작 <인시디어스: 빨간 문>(이하 '인시디어스 5')이 지난 9일 북미 개봉했습니다. 공개 첫 주말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는데요. 7~9일에만 3,265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외 3위에는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감독의 <사운드 오브 프리덤>이, 4위는 <엘리멘탈>이, 5위로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차지했습니다. 한편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이번 <인시디어스 5>는 1편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패트릭 윌슨이 감독을 맡았는데요. 다른 장르에 비해 낮은 제작비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공포 장르의 특성에 맞게 인시디어스 시리즈는 꾸준히 약 1,000만 달러 정도의 예산으로 제작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는데요. 이번 <인시디어스 5> 또한 주말에만 1,600만 달러의 제작비의 2배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넷플릭스, 콘스탄틴 필름 장기 파트너쉽 체결 🤝🏻

<레지던트 이블>과 <섀도우 헌터스> 시리즈를 제작한 유럽의 가장 큰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콘스탄틴 필름이 넷플릭스와 장기 파트너쉽을 맺었습니다. 이번 계약에는 넷플릭스가 기존 영화 및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라이센스 액세스를 허용하는 것까지 포함이 되었는데요. 덕분에 콘스탄틴 필름은 넷플릭스로부터 안정적인 재무 지원과 독일과 국제 시장을 향한 몸집 키우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요.

80세 해리슨 포드 젊게 만들기 💆🏻‍♂️

배우의 얼굴을 젊게 보이게 하는 디-에이징 작업은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퀸텀매니아>, <아이리쉬맨>과 같은 영화에도 사용된 적이 있는데요. 하지만 <인디이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VFX 감독 Andrew Whitehurst와 Robert Weaver은 그동안 맡았던 영화 중 가장 큰 프로젝트였으며, 3년 넘게 100명이 넘는 VFX 팀과 현재 80세인 해리슨 포드를 젊게 보이게 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고 해요.

CG가 뭐야? 🤷🏻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번 신작 <오펜하이머>에 "단 한 개의 CG도 없다"고 밝혔어요. 그는 원래 CG를 쓰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다크나이트>의 전복되는 대형 트럭, <인셉션>의 360도 회전하는 호텔 액션 씬, <테넷>의 747 비행기의 폭파 모두 CG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 촬영한 장면들이에요. 이번 <오펜하이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진행된 비밀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의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무려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CG없이 촬영했다고 해요. 한편 이번 작품에는 킬리언 머피와 함께,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쉬 하트넷, 케이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등이 출연한다고 하는데요. 국내에는 8월 15일 개봉 예정이에요.

톰 크루즈 "80세까지 <미션 임파서블> 찍고 싶다" 🪂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개봉을 앞두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톰 크루즈는 곧 81세를 앞두고 있는 해리슨 포드와 같은 나이가 될 때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톰 크루즈는 61세로 해리슨 포드와 2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요. 한편 톰 크루즈는 이번 영화의 오토바이 절벽 추락씬은 "죽을까 봐 첫날 촬영" 했다고 하는데요. 제발 '자연사' 했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말이 있을 정도로, CG 없이 위험한 액션 씬을 찍기로 유명한 만큼 오래 좋은 작품으로 계속 봤으면 좋겠네요.

다니엘 래드클리프, 해리포터 새 시리즈 거절 ✋🏻

최근 HBO Max가 해리포터를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해리포터 역을 맡았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드라마 출연 요청에 대해 "제작진이 나를 캐스팅할 지 의심스럽다"며 "제작진들이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늙고 초췌해진 해리가 드라마에 들어온다면 산만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앞으로 제작될 해리포터 시리즈는 J.K. 롤링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만큼 10년에 걸친 원작을 충실히 각색한 작품인데요. 아직까지 작가, 감독, 배우, 제작 일정 등에 대해서 아무 것도 공개되지 않았어요.

데드풀 3 First Look 공개

브래드 피트, 포뮬러원 레이서 연기 🏎️

디킨스 부부의 크라이테리온 클로젯

🏊🏻 편집자의 디깅

밀레니엄 맘보 | 허우 샤오시엔

그는 1947년 4월 8일 대만🇹🇼에서 태어났다

대표작 | <자객 섭은낭>, <비정성시>, <해상화>

• 이안, 차이밍량, 에드워드 양과 함께 대만 영화계의 거장

• <타이페이 스토리> 배우,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 계열에 합류

• 칸 영화제에 <쓰리 타임즈>로 초청, <자객 섭은낭>으로 감독상 수상

•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미조구치 겐지의 영향을 받은 정적이고 느린 컷

"왕가위의 <중경삼림>은 <밀레니엄 맘보>와 도표를 만들어 견줄 만하다. 홍콩/대만, 캘리포니아/유바리, 얼터너티브/테크노, 1인칭 현재/3인칭 과거, 스텝프린팅/롱테이크…. <밀레니엄 맘보>도 중국산을 천시하고 미국을 동경하는 풍속도를 비추지만, 비키는 일본을 향한다. 대만의 식민모국이었던, 그러나 비키에겐 그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 일본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공간인 셈이다. 이 현실성의 응시는 왕가위의 트랜디한 감각이 그리는 낭만성 대신 늘 불안과 권태가 공존하는 사실적 젊음을 관찰한다. 왕가위는 허우샤오시엔에 대해 “그의 영화를 보면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허우샤오시엔은 답하길, “왕가위는 지금 가장 빨리 가는 사람입니다. 나는 가장 늦게 가는 사람입니다”."

출처 및 참고 |

후 샤오시엔에 대한 우리들의 예법 | KINO 🔗

*추억과 미래가 뒤섞인 시간의 주름，<밀레니엄 맘보> | 씨네21 🔗

허우 샤오시엔 영화에서의 시간 - 질 들뢰즈(G. Deleuze)의 시간 개념을 중심으로 - | 이지현 🔗

✍🏻 구독자의 대화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화양연화 | 왕가위

화양연화를 재현하려는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그저 시간의 흐름에서 피신시켜 둘 수밖에.

두 방은 서로 벽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을 뿐, 그 위치도 방의 주인들도 매우 닮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들이 흘러들어올 때도 있었다. 이삿날에는 남의 잡지가 잘못 전해졌고, 성대한 저녁을 먹는 날에는 이웃집 사람들이 자연스레 찾아오기도 했다. 그 사람도 처음에는 그렇게 나의 사랑이 아닌 타인의 사랑으로서 내 방에 발을 디뎠다. 그와 나는 어느 날 동시에 사랑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그 사람이 준 핸드백, 그 사람이 사준 넥타이, 나만이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한 옛사랑의 비밀들은 이미 도처에 흩뿌려진 상태였다. 그 비밀들이 어떻게 새어나갔을까 하며 애인의 불륜을 먹먹히 연기해 보려 해도 울분을 삭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아직은 이 사랑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 마침 서로의 옆에 완벽한 대역도 있겠다, 우리는 과감히도 각자가 열렬히 사랑했던 시절을, 서로의 '화양연화'를 재현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그 남자는 나의 남편을 연기하고, 나는 그의 아내를 연기한다. 식당에 들르면 서로의 배우자가 주문했던 것을 똑같이 주문해 보기도 하고, 이전보다 서로의 공간을 자유로이 드나들기도 한다. 어느 날은 갑작스러운 이웃의 방문으로 인해 며칠씩이나 방에 갇혀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원래부터 그 자리가 내 자리였던 것 마냥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연기를 더욱 완벽히 만들기 위해 그 남자의 부인이 신었던 구두를 집에 들고 간 적도 있었다. 그래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아무리 이것이 연기라고 우겨봐도, 주위 사람들은 납득하지 않을 거란 점을. 모든 것을 냉정하고 공평하게 비추는 시간마저도, 우리가 재현하는 화양연화가 설 자리를 축소시키며 더욱 궁지에 몰아놓고 있었다. 한 번은 자신들의 옛 배우자와의 연을 공식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연습으로 연기를 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불어나는 눈물로 인해 연기를 끝마칠 수는 없었다. 왜였을까? 이건 그저 연기에 불과한데. 그때의 눈물의 의미를 좀 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는데, 불썽사납게 그 사람과의 이별이 임박해온 순간 알게 되었다.

화양연화란 재현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연기해오던 옛사랑의 모습은 내 눈앞에 실제로 있는 사람의 모습에 의해 덧칠된 지 오래였다. 아무리 서로의 연기가 완벽하게 떨어져 그때의 설렘과 벅참을 느꼈을지언정, 그것은 새롭게 덧칠된 화양연화지 자신들이 그렇게 그리던 그 시절이 될 순 없다. 그 사람과 이별연습을 할 때에도 결국은 실제가 연기를 압도해버려서 같은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때 흘린 눈물은 연기 때문에 나온 게 아니었다. 정말로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과 영영 끝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움에 흘린 눈물이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씩이나 화양연화를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내 옆에 자리가 생긴다면 올 것인지, 그이는 언제 한 번 나지막이 제안해 본 적이 있었다. 실제로 나는 그곳에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바뀌어버린 풍경에 현기증이 일었다. 서로에게 친숙했던 홍콩은 낯선 싱가포르의 공기에 의해 대체되어 있었고, 서로 형제와 다름없이 긴밀하게 지냈던 집주인들은 홀연히 떠나버린 후였다. 그제야 내가 이곳에 온 건 그 사람과 함께하고자가 아니라, 이 오랜 연기를 끝마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나는 오래전 내가 가져갔던 구두를 돌려놓고 연기자로서의 자리를 내려놓은 채 그곳을 떠났다. 아직 마지막이 남아있었다. 무정한 시간에 의해 점차 희미해지고 쇠약해진 화양연화는 아직 나의 몸에 먼지가 낀 것처럼 남아있었다. 나는 그것의 장례식을 치러주기로 하였다. 우리가 함께했던 장소와 가장 먼 이국의 땅에서, 나는 그것이 더 이상 시간에 의해 살이 깎이는 고통을 겪지 않도록 그것을 풀어주었다. 이제 그때의 추억은 나조차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 빌뇌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