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닫기도 해요"

2023. 8. 31.

030 | 🗡️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닫기도 해요"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알아가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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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감독 | 왕가위 Wong Kar-Wai

2023.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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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 :

🗡️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닫기도 해요"

<동사서독>(Ashes of Time, 1994)

왕가위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패하는 사랑을 향해 나아갑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의 대상을 포기해 버립니다. 이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사랑에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는 사랑에 실패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동사서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사랑을 해 나갑니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가 닮음으로써 혼동되고 오인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이는데요. 모두가 실패하는 사랑을 통해 욕망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구양봉의 사랑은 전형적인 실패 신경증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구양봉은 사랑하는 대상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데도 사소한 일로 사랑의 대상을 포기해 버립니다. 그러고는 떠나 버린 대상을 그리워하고 기다립니다. 구양봉은 사랑의 실패를 자신의 운명 탓으로 돌리기에 운명 신경증도 함께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애인의 사랑은 불충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사랑에 실패하는 그녀의 심리는 욕망은 곧 결핍이며 결핍이 있어야 욕망이 지속된다는 명제를 잘 드러냅니다. 황약사는 무의식적으로 사랑에 실패하기 위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욕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자의 애인을 사랑하고 욕망하는 황약사의 심리는 근원적으로 어머니에게 고착되어 있습니다. 즉 어머니를 사랑함으로써 아버지의 대리자인 유부녀의 남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죠. 황약사가 도화삼량과 모용연을 사랑한 것은 '복사꽃'이라는 이름이 매개가 된 것으로 말을 통해 욕망이 이동된다는 정신분석의 명제를 잘 보여줍니다.

명무살수는 아내인 도화삼량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녀가 황약사와 정을 통하자 사랑이 증오로 바뀌어 그녀 곁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 증오는 다시 사랑으로 바뀌어 죽는 순간까지 아내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맹무살수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사랑과 증오의 양가감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황약사로부터 사랑을 얻지 못해 남자와 여자로 분열되어 있던 모용언은 말을 통해 치료됩니다.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바로 당신이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분열된 두 마음은 하나로 합쳐집니다. 사랑과 욕망에서 연인의 말이 얼마나 큰 치료 효과를 내는지 모용연은 보여줍니다. 영화에서는 유일하게 홍칠공만이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잃음으로써 그리고 완사녀의 몸을 포기하고 아내와 함께 떠남으로써, 실패하는 사랑에서 벗어납니다.

<동사서독> 속 인물들은 홍칠공을 제외하고는 사랑하는 대상을 놓치면서 그 대상을 그리워합니다. 마치 그리워하기 위해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처럼 말이죠. 그들은 모두 욕망의 불충족을 위하여 실패하는 사랑을 향해 나아갑니다. 영화는 결핍에 의해 욕망이 발생하고 불충족된 욕망은 그리움으로 나타나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동사서독>에서 모든 사람은 사랑을 놓치고 사랑에 집니다. 그리고 이들은 죽을 때까지 잃어버린 사랑의 대상을 그리워합니다.

참고문헌 |

<동사서독>: 실패를 향해 나아가는 사랑 이야기 | 김철권, 임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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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1) 왕가위의 첫 무협 영화이자 호금전 감독의 <용문객잔>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2) 김용의 무협소설 '사조영웅전'을 원작으로 해 똑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나 내용 자체는 새로 꾸며, '사조영웅전'에서 김용이 초기설적으로 세팅하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지나간 인물들의 행동을 왕가위 식으로 해석해 만들었다.

3) 왕가위 특유의 계획성 없는 촬영으로 제작이 지지부진했고 왕조현은 스캔들로 인해 아예 중간에 하차하기까지 했으며 초기 시놉시스에서 실제 촬영 내용이나 시나리오, 배역 등도 완전히 달라졌다.

4) 늘어지는 촬영 기간을 제작사와 배우들이 견디지 못하자, 주연들과 스태프들 그대로 <동성서취>라는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 이 영화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고 유진위(영화계 입문 시절부터 친구였던 각본가이자 감독)를 짓누르던 금전적인 압박을 풀어줬을 뿐만 아니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낳았다.

5) 왕가위의 데뷔작 <열혈남아>가 흥행에 성공하자 홍콩 영화계의 큰 손이자 삼합회 간부인 등광영은 장국영, 양조위,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등 홍콩의 스타 배우들을 총동원한 작품을 구성하고 왕가위 감독에게 맡겼다. 하지만 제작사인 등광영이 사사건건 간섭하며 찍은 자신의 데뷔작을 못마땅해 하던 왕가위는 두 번째 작품인 <아비정전>을 자신만의 예술 영화로 찍었고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6) 왕가위는 우여곡절 끝에 동사서독 촬영을 마쳤으나, 왕조현이 유부남과의 스캔들로 갑작스럽게 하차해 해당 부분 재촬영해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오디오 장비도 말썽을 부렸다. 슬럼프에 빠진 왕가위는 <동사서독>의 촬영지인 중국의 사막에서 홍콩으로 돌아와 스트레스도 풀 겸 가벼운 마음으로 <중경삼림>을 연출했다.

7) 2008년 왕가위는 동사서독(1994)을 다시 편집하고 녹음해 <동사서독 리덕스>라는 제목으로 재개봉했다.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나무위키

🇰🇷 국내 박스오피스 8. 14. ~ 8. 20.

1 오펜하이머

🎬 88 🍅 93 🍿 91

2 콘크리트 유토피아

3 달짝지근해: 7510

4 밀수

5 엘리멘탈

🎬 58 🍅 74 🍿 93

🇺🇸 미국 박스오피스 8. 18. ~ 8. 24.

1 Blue Beetle

🎬 61 🍅 78 🍿 91

2 Barbie

🎬 80 🍅 88 🍿 83

3 Oppenheimer

🎬 88 🍅 93 🍿 91

4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Mutant Mayhem

🎬 74 🍅 96 🍿 91

5 Strays

🎬 40 🍅 28 🍿 72

*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국내 개봉 일정

9. 6. 잠, 유재선

9. 6. 일주일간 친구, 임효겸

9. 6. 이노센트, 에스킬 보그트

9. 6. 어느 멋진 아침, 미아 한센 로브

9. 6. (재개봉)해피포터와 혼혈왕자, 데이빗 예이츠

9. 13. 치악산, 김선웅

9. 13. 어파이어, 크리스티안 펫졸트

9. 14.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타구치 토모히사

9. 20. 그란 투리스모, 닐 블룸캠프

9. 20. 여덟 개의 산, 펠릭스 반 그뢰닝엔

(미정) 힙노틱, 거미집, 이터널 메모리,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 미국 개봉 일정

9. 1. The Equalizer 3

9. 15. A Haunting in Venice

9. 22. Expend4bles

9. 28. Saw X

9. 29. Fair Play

9. 29. The Creator

9. 29. She Came to Me

9. 29. PAW Patrol: The Mighty Movie

9. 29. Stop Making Sense

🔓 OTT 공개/종료 예정

넷플릭스

공개 로맨틱 홀리데이, 노팅 힐, 잭 리처, 조 블랙의 사랑, 점퍼, 더블 크라임, 하루 반의 시간, 잭 리처: 네버 고 백(1), 50가지 그림자: 해방, 50가지 그림자: 심연(4) 똑똑똑(5), 쿵푸팬더: 용의 기사 시즌 3, 탑 보이 시즌 3, 버진 리버 시즌 5(7), 심야식당 시즌 2(8), 아이언맨: 아머 어드벤처(9),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10), 파이트 클럽, 진격의 거인 The Final Season 완결편 (전편), 리플리, 인 타임, 시카고, 크롤(15),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 4(21), 좀비랜드(24), 심야식당 2(27)

웨이브

공개 아라문의 검(9)

티빙

공개 바비론(8), 아라문의 검(9)

디즈니 플러스

공개 나는 그루트다: 시즌 2(6)

왓챠

공개 맥베스(1)

애플 TV

공개 플로라 앤 썬(29)

크라이테리온 채널

공개 The Princess Bride(5), Walkabout(12), The Trial(19), La Bamba, Moonage Daydream(26)

영화 제목 뒤 괄호에 적힌 숫자가 날짜예요

🗞️ 이주의 뉴스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개막 🦁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자,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지난 30일(현지시간) 개막했어요. 3대 국제 영화제 중 가장 진취적인 성향을 보이며 아카데미 시상식과도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오스카 레이스 전초전이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이번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가장 큰 관심작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Poor Things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으로 유명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푸어 씽즈>이에요. 베니스에 초청되기 전 신작 발표가 있고 나서부터 이미 시네필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 출연한 엠마 스톤과 함께, 마크 러팔로, 윌렘 데포 등 출연했어요.

The Killer

<파이트 클럽>, <소셜 네트워크>, <조디악> 등 굵직한 작품들을 내놓은 데이빗 핀처의 신작 <더 킬러>이에요. 핀처는 2007년부터 이 작품을 연출하고 싶어 했는데요. 이번에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제작하게 되었어요. 마이클 패스벤더가 킬러 역을 맡아 큰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Ferrari

<히트>, <콜레트럴>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페라리>이에요. 마이클 만이 2000년부터 기획을 한 영화로 아담 드라이버, 페넬로페 크루즈 등이 출연했는데요. 주연 역으로 로버트 드 니로, 크리스찬 베일, 휴 잭맨 등 여러 배우가 거쳐갔었다고.

Priscilla

<처녀 자살 소동>,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의 신작 <프리실라>예요. 저번 호에서 MUBI에서 배급권을 가져갔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코폴라의 3년 만의 신작이라는 것과 <유포리아>의 주연 제이콥 엘로디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재밌어 보여요.

El Conde

<스펜서>, <재키>, <네루다> 등으로 큰 호평을 받은 파블로 라라인의 신작 <엘 꼰데>이에요. 250년을 산 노년의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최근 <스펜서>까지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감독이라 더 기대가 되네요.

Hit Man

비포 시리즈, <보이후드> 등으로 국내에서도 너무나 유명한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가 코미디 액션 영화를 찍었어요. <히트 맨>인데요. 그의 전작 <에브리바디 원츠 썸!!>에서 출연했던 글렌 파월이 다시 출연했어요.

이번 오스카 주인공은 오펜하이머?

여러 차례 연기한 끝에 워너 브라더스는 <듄: 파트 2> 개봉일을 2024년 3월 15일로 확정 지었습니다. 기존에는 올해 10월 20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SAG-AFTRA, WGA 파업의 영향으로 개봉이 수차례 연기되었는데요. 이 소식은 2021년 개봉한 <듄>이 프로덕션 디자인상, 촬영상, 편집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6개 부문에서 오스카 상을 휩쓸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펜하이머>에게 좋은 소식이 될 예정이에요.

디즈니 VFX 팀 노조 결성

월트 디즈니 픽처스의 사내 VFX 팀 팀원 18명 중 과반수(80%)가 노조 결성을 지지하는 승인서에 서명했습니다. VFX 전문가들이 그들의 동료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생긴 2번째 역사적 움직임인데요. 한편 마블 스튜디오의 VFX 제작진 또한 지난 8월 21일부터 노조 형성에 대한 투표를 시작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들은 VFX 기술에 큰 의지를 하고 있던 마블과 디즈니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여요.

🏊🏻 편집자의 디깅

집시의 시간 | 에밀 쿠스트리차

그는 1954년 11월 24일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났다

대표작 | <언더그라운드>,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아리조나 드림>, <아빠는 출장 중>, <삶은 기적이다>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출신의 영화감독겸 배우

• 데뷔작 <돌리 벨을 아시나요>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초청

• <아빠는 출장 중>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 수상

<집시의 시간>이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언더그라운드>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내 영화를 볼 때 펠리니의 영화에서 그렇듯 캐릭터들이 흥미로운 존재로 비쳤으면 좋겠다."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에게 <집시의 시간>이 중요한 영화임을 새삼 거론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아빠는 출장중>이라는 소품을 만든 뒤 쿠스투리차는 <집시의 시간>(1989)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언더그라운드> 등을 만들었지만 쿠스투리차의 상상력은 대부분 <집시의 시간>을 원류로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의 특정 공간과 공동체에 관한 애정 어린 묘사, 현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시선은 쿠스투리차 영화의 특징으로 이야기된다."

출처 및 참고 |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 🔗

✍🏻 구독자의 대화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한 남자 | 이시카와 케이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에게 명명된 이름을 빼두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한 사람을 둘러싼 외적 조건이 달라질 때에 그 사람 또한 본질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 사람의 달라진 외양이 그 사람의 알맹이마저 달라 보이게끔 주위 사람들에게 속임수를 걸어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돌이켜보았을 때, 껍데기를 벗어던진 인물들에게 정녕 변화가 찾아왔었던가? 다른 국적을 얻은 이후로도 아웃사이더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변함없었다. 상대가 도망쳐왔던 과거의 행적을 알게된 후에도, 그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떠올릴 때에 애정의 시선을 차마 거둘 수 없었던 것 또한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 이름마저 져버린 이의 곁에는 그를 한눈에 알아본 연인이 다시금 머무르게 된다는 것 또한 변함이 없었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칠 순 없었던 것이다. 스스로 나무껍질을 도려낸 나무는 다른 나무로 화하는 게 아니라, 그저 무게중심을 잃고 더욱 위태로운 자기 자신이 될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어딘가에서는, 그 바뀐 이름이 주위의 시선들로부터 자신의 본모습을 은폐시키는 데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여태까지 사실이라 확신하였던 그 장면들은 그저 처음 마주한 낯선 이가 늘어놓은 "유난히 긴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온통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수많은 'X'들의 진술들로 수놓인 내러티브 속에서, 당신은 당신 앞의 인물이 타니구치 다이스케일지, 키도 아키라일지, 아니면 또 다른 'X'일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 빌뇌비아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 나타샤 메르쿨로바, 알렉세이 추포프

이번에도 당사자를 헤아리기보다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듣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기에 체제에 종속되어 있었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용서를 갈구하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죄책감의 연옥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그 용서를 대행할 이에게로 도망가 자신은 구원받았다고 자위하던 그는 끝까지 비겁자였다. | 빌뇌비아